아이 사진 잘 찍는 법, 장비보다 습관이에요
학부모 가이드
나들이를 다녀온 저녁에 폰 앨범을 열어 보면 마음에 드는 게 한 장도 없을 때가 있어요. 아이는 하루 종일 예뻤는데 말이죠. 아이 사진 잘 찍는 법을 물어보시는 분들이 제일 먼저 꺼내는 얘기가 대개 이거예요. 그다음엔 폰을 바꿔야 하느냐는 질문이 따라오고요.
폰 탓일 가능성은 낮아요. 같은 폰으로 찍어도 어떤 날은 건질 게 여러 장이고 어떤 날은 전부 아쉽잖아요. 갈리는 지점은 그날 찍는 사람이 어떻게 움직였느냐에 있어요.
아이 사진 잘 찍는 법은 장비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찍는 사람의 몸과 태도를 몇 가지 습관으로 굳혀 두는 일이에요.
제가 일상에서 쓰는 습관을 하나씩 풀어 볼게요. 특별한 날 말고 놀이터에 가고 밥 먹고 산책하는 보통 날에 쓰는 것들이요.
아이 사진 잘 찍는 법은 무릎에서 시작해요
놀이터에서 어른들이 아이를 찍는 모습을 보면 거의 다 서 있어요. 그 높이에서 내려다보면 화면에 정수리와 바닥이 크게 들어와요. 얼굴은 작고, 표정은 뭉개지고요.
무릎을 굽히세요. 아이 눈이 화면 한가운데 오는 높이까지요. 쪼그려 앉는 게 힘드시면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도 좋아요. 흙바닥이 신경 쓰이면 벤치에 걸터앉는 것만으로도 꽤 내려가요.
이 높이에서 찍으면 배경이 달라져요. 위에서 내려다볼 땐 뒤에 보이던 게 바닥뿐인데, 눈높이로 내려오면 미끄럼틀이 있고 나무가 있고 하늘이 있어요. 아이가 서 있던 자리가 화면 안에 같이 남는 거예요.
더 내려가도 재밌어요. 모래를 파는 아이를 찍을 땐 폰을 거의 땅에 붙여 보세요. 아이 손이 크게 들어오고 뒤로 놀이터가 흐릿하게 깔려요. 자세가 우스워 보여도 괜찮아요. 사진에는 자세가 안 나오니까요.
"여기 봐" 하고 부르면 그 표정은 끝나요
찍고 싶은 순간이 오면 저도 모르게 아이 이름을 부르게 돼요. 그런데 부르는 순간 아이는 하던 걸 멈추고 고개를 들어요. 조금 전까지 있던 표정은 그때 사라져요.
기다리세요. 아이가 뭔가에 빠져 있을 때가 제일 좋은 순간이에요. 개미를 들여다보거나 물웅덩이를 발로 툭툭 건드리거나 아이스크림을 진지하게 핥고 있을 때요. 그런 얼굴은 시켜서 만들 수가 없어요.
폰을 들고 그냥 옆에 있어 보세요. 처음엔 아이가 의식하지만 조금 지나면 잊어버려요. 저는 아예 딴 데를 보는 척하다가 아이가 놀이에 다시 들어간 순간에 화면을 봐요.

말을 거는 게 필요할 때도 있죠. 그럴 땐 "여기 봐" 대신 아이가 하고 있는 걸 물어보세요. 뭐가 그렇게 재밌어, 그거 어디서 났어, 하고요. 아이는 대답하려고 고개를 들면서 표정을 지어요. 부름에 반응하는 얼굴과 대답하는 얼굴은 완전히 달라요.
그리고 얼굴만 좇지 마세요. 신발 신은 발, 뭔가를 꽉 쥔 손, 앞서 걸어가는 뒷모습 같은 것도 담아 두세요. 그날 아이가 어떤 상태였는지는 표정보다 그런 데서 더 잘 드러날 때가 있어요.
얼굴이 까맣게 나오면 몸을 반 바퀴 돌려요
밖에서 찍었는데 아이 얼굴만 어둡게 나온 사진, 다들 있으실 거예요. 하늘은 새하얗고 아이는 실루엣만 남은 컷이요.
그건 빛이 아이 뒤에 있어서 그래요. 폰은 화면 전체 밝기를 보고 노출을 정하는데, 뒤가 밝으면 앞에 있는 아이를 어둡게 깎아 버려요.
해결은 간단해요. 제 몸을 반 바퀴 돌려서 빛이 아이 쪽을 비추게 하면 돼요. 아이를 옮기지 말고 제가 움직이는 게 빨라요. 아이한테 이쪽으로 오라고 하면 그 사이에 놀이가 끊기니까요.
빛이 정면으로 세게 들어오면 아이가 눈을 찡그려요. 그럴 땐 옆에서 들어오게 자리를 조금만 틀어 보세요. 얼굴 한쪽이 밝고 한쪽이 살짝 그늘지는데, 그게 오히려 입체감이 살아요.
실내도 같아요. 창을 등지고 앉은 아이를 찍으면 얼굴이 어두워지고, 창을 마주 보고 앉은 아이는 얼굴색이 살아나요. 식당에 앉을 때 아이를 창 쪽으로 앉히는 것. 그거 하나가 그날 밥 먹는 사진 전부를 바꿔요.
그날 밤에 지우지 마세요
찍고 나서 바로 앨범을 열어 하나씩 지우는 분들이 많아요. 저도 예전엔 그랬어요.
그런데 찍은 당일에는 판단이 잘 안 돼요. 그날의 기억이 너무 선명해서 사진을 사진으로 못 보거든요. 아이가 눈을 반쯤 감았다든가 옷이 흐트러졌다든가 하는 게 크게 보이고요.
며칠만 두고 다시 열어 보세요. 그날 아쉬웠던 컷이 다르게 보여요. 반쯤 감긴 눈이 웃음 참는 얼굴로 보이고, 흐트러진 머리가 그날 얼마나 뛰어다녔는지로 보여요. 시간이 지날수록 사진에서 읽히는 게 바뀌어요.
그래서 저는 많이 찍고 오래 둬요. 백 장을 찍으면 그중 마음에 드는 게 몇 장뿐이라도 괜찮아요. 문제는 백 장을 찍고 그날 밤에 아흔다섯 장을 지워 버리는 거예요. 나중에 제일 아까워지는 게 꼭 그 안에 있어요.
굳이 그날 정리하고 싶으시면 완전히 초점이 나간 컷만 덜어 내세요. 나머지는 시간에게 맡겨 두시고요.
흔들린 사진에도 값이 있어요
흔들린 컷은 실패로 치죠. 저도 작업할 땐 그렇게 봐요.
그런데 부모님이 폰으로 찍는 사진은 기준이 조금 달라요. 아이가 달려오는 순간에 찍힌 흔들린 한 장이, 잘 서서 찍은 또렷한 한 장보다 그날을 더 잘 붙잡고 있을 때가 있어요. 번진 팔이 그때 아이가 얼마나 빨랐는지를 그대로 보여 주니까요.

물론 전부 흔들리면 곤란해요. 흔들림을 줄이려면 팔꿈치를 몸통에 붙이고 찍는 게 제일 쉬워요. 벽이나 기둥에 어깨를 기대는 것도 좋고요.
다만 흔들렸다는 이유만으로 지우지는 마세요. 몇 해 지나서 앨범을 넘길 때 손이 멈추는 건 의외로 그런 컷이에요.
하루에 한 번은 아이한테 폰을 넘겨 보세요
마지막 습관은 결이 좀 달라요. 찍는 걸 잠깐 그만두는 얘기니까요.
아이 손에 폰을 쥐여 주고 마음대로 찍게 둬 보세요. 처음엔 손가락이 렌즈를 반쯤 가리고, 바닥만 잔뜩 찍히고, 초점은 아무 데도 안 맞아요. 그래도 그냥 두시고요.
그 안에 어른은 못 찍는 사진이 섞여 있어요. 아이 키에서 올려다본 세상이요. 식탁 다리가 기둥처럼 서 있고 어른들은 얼굴이 잘린 채 위쪽에 걸려 있어요. 제가 무릎을 굽혀 가며 흉내 내는 시선을 아이는 그냥 서서 찍어요.
찍히는 것도 달라져요. 아이가 폰을 들면 그제야 부모님이 화면 안으로 들어와요. 앨범을 넘겨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이와 하루를 같이 보낸 사람은 정작 거의 안 남아 있잖아요. 아이가 셔터를 누르는 동안만 그 자리가 뒤집혀요.
아이가 찍은 부모 얼굴은 어른이 찍어 준 것과 완전히 달라요. 기울어져 있고, 코가 크게 나오고, 웃다 만 얼굴이고요. 그런데 그 안엔 아이가 그날 부모를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가 그대로 들어 있어요. 그건 기술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찍은 걸 같이 넘겨 보는 시간도 챙기세요. 왜 이걸 찍었는지 듣다 보면 그날 아이가 뭘 재밌어했는지 나와요.
한 해에 몇 번쯤은 아예 바깥사람 손을 빌리셔도 좋아요. 사계절 성장 스냅을 맡기신 분들이 나중에 제일 오래 들여다보는 컷도, 아이 혼자 나온 사진보다 같이 나온 사진일 때가 많아요. 결과물 톤은 촬영 갤러리에서 보시는 게 빠르고, 궁금하신 건 문의로 물어보시면 돼요.
어느 쪽이든 위에 적은 습관은 그대로 쓰실 수 있어요. 생일파티처럼 정신없는 날엔 챙길 게 조금 달라지는데, 그 얘기는 생일스냅 찍는법 글에서 다뤘어요.
자주 묻는 질문
실내가 어둡거나 역광일 때는 어떻게 하나요?
역광이면 제가 반대편으로 돌아가서 빛이 아이 얼굴 쪽으로 오게 하세요. 그게 어려운 자리면 화면에서 아이 얼굴을 한 번 눌러 주시고요. 폰이 그 부분에 밝기를 맞춰 줘요. 실내가 어두울 땐 창가나 조명 아래로 자리를 옮기는 게 제일 확실하고, 옮기기 어려우면 팔꿈치를 몸에 붙여 흔들림만이라도 줄이세요.
아이가 카메라를 안 볼 때는 어떻게 하나요?
안 봐도 괜찮은 사진이 많아요. 오히려 안 볼 때가 표정이 제일 자연스럽고요. 그래도 눈을 마주친 컷이 필요하시면 부르는 대신 말을 걸어 보세요. 지금 뭐 하는 거야, 하고 물으면 대답하려고 고개를 들어요. 이름을 부르면 반사적으로 굳은 얼굴이 나오는데, 질문을 하면 말하는 얼굴이 나와요.
밖에서는 언제 찍는 게 좋을까요?
해가 낮게 깔리는 시간이 편해요. 아침 산책 때나 해 지기 전 무렵이요. 한낮 볕에서는 그늘이 얼굴에 짙게 지고 아이도 눈을 찡그려요. 한낮에 나가셨다면 나무 그늘이나 건물 그늘로 들어가 보세요. 그늘 속 빛은 부드러워서 얼굴이 훨씬 곱게 나와요.
사진이 너무 많이 쌓이는데 어떻게 고르나요?
한 번에 다 고르려고 하지 마세요. 저는 계절이 바뀔 때쯤 열어서 마음이 멈추는 컷에만 표시를 해요. 그렇게 남긴 것들만 따로 모으면 한 해가 자연스럽게 정리돼요. 지우는 건 그다음에 생각하셔도 늦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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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가 지나 앨범을 다시 열면 좋아 보이는 순서가 바뀌어 있어요. 잘 나온 순서가 아니라, 그날이 얼마나 그대로 남았는지 순서로요.
아이 사진은 얼마나 잘 찍었느냐보다, 아이가 아이답게 있던 순간에 폰이 손에 있었느냐로 갈려요. 습관을 들이는 이유도 결국 그 순간에 몸이 먼저 움직이게 하려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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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스튜디오키즈
유치원 앨범부터 생일파티·사계절 성장 스냅까지, 아이 사진을 촬영하는 스튜디오예요.